최근 투자자들이 대체육 시장에 모이는 이유

2021.03.15주식회사 넥스트유니콘

최근 스위스의 대체육 개발 기업 Planted가 식물성 닭고기를 개발하기 위해 1,800만 달러(한화 약 204억원) 규모의 시리즈 A를 유치했다는 소식이 떴습니다(1). 이 발표가 나기 불과 1주 전 싱가포르 기반 Next Gen이라는 기업도 역시 식물성 닭고기 개발을 위해 1,000만 달러 수준의 시드 투자(2)를 유치한 바가 있어 최근 대체육 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대표적인 대체육 개발 기업으로는 미국의 양대산맥인 Beyond Meat과 Impossible Foods가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지구인컴퍼니, 디보션푸드 등 식물성 고기는 물론 셀미트와 같이 배양육을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도 많아지고 있습니다(3).

사실 최근들어 투자자들의 대체육 시장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관련 기업들이 각광을 받게되면서, 대체육 영역이 새롭게 생긴 분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체육의 역사는 생각보다 아주 오래 됐습니다.

1896년, 존 하비 켈로그가 서구 기록상 첫 대체육을 개발했다고 합니다(4). 첫 번째 대체육 상품은 땅콩 기반으로 만들어진 제품이었는데, 이때부터 대체육에 대한 개발이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윈스턴 처칠은 1932년 영국 재무장관 시절 50년 뒤 미래를 상상하는 글에서 닭가슴살과 날개를 먹기위해 닭을 키우는 행위는 없어지고, 이런 부위들을 실험실에서 배양할 거라고 예상하기도 했습니다(5).

이런 미래에 대한 예상은 시대와 함께 지속되었습니다. 필자가 학창시절을 보낸 캐나다에서도 이미 20년 전부터 한창 두부기반으로 대체육 상품들이 상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두부의 담백함과 가장 유사한 칠면조 고기를 모방하는 게 큰 인기였습니다. 그때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미래에는 두부기반으로 식사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했던게 기억이 나네요.

이러한 오랜 역사와는 다르게 2021년 현재까지 대체육 시장의 대중화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많은 이들이 대체육에 대해 더이상 지체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대체육 기업의 성장성과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이를 증명하고 있죠. 그럼 지난 120년과 현재의 상황이 어떻게 변했기에, 이토록 대체육 시장이 전 세계에서 각광받고 있을까요?

동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비용

단도직입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동물성 식품 섭취하는 데에는 환경적인 측면에서 어마어마한 부가적인 비용이 포함됩니다. 전 세계 탄소배출 중 14.5%가 육류 및 우유 제품 생산과정에 있어 발생한다고 하니 말이죠(6). 특히 전세계 탄소배출 중 16%가 메탄가스이며, 이중 40%가 축산물로 인해 생성되는 메탄가스라고 합니다(7).

메탄가스가 일반 이산화탄소보다 환경악화에 대략 30배 더 강력한 걸 감안하면 사태의 심각성이 더 와닿으실 것 같습니다. 특히 파리 협약의 목적인 1.5섭씨 이내로 지구 온난화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2020년부터 2030년까지 매해 탄소배출을 7.6% 낮춰야만 하는데, 이런 측면에서 육류 및 우유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 배출량은 아주 심각한 수준임을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1kg의 육류를 생성하기 위해서는 물 소비량도 상당히 큽니다. 2010년에 진행된 조사에 의하면 소고기 1kg를 생성하기 위해서 소모되는 수자원은 1만5천 리터로 집계됐으며, 양고기는 1만리터, 돼지고기는 6천 리터, 닭고기는 4천 리터였습니다(8).

이 외에도 가축을 위한 땅을 마련하기 위해 잃는 숲, 배출물로 인해 오염되는 수자원 등 환경 피해는 상당합니다.

고기를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

앞서서 말씀드린 내용은 아마 단순히 ‘식용 육식 생산으로 인한 환경 오염이 심각하다’라고 인식하고 계신 분들이 대부분일 거라 생각합니다. 또한 환경 피해를 줄이고자 고기를 끊으신 분들도 극소수일 것이고요. 하루에 한끼, 아니 모든 식사에 육식 재료가 하나씩 꼭 포함되는 요즘 시대에 익숙해진 많은 사람들이 하루 아침에 육식을 끊는다는 것 자체가 아주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육식이 없는 식단은 상상도 못하시는 분들도 많을 거고요. 환경 피해에 대해 직접 경험했거나, 동물애호가가 아니라면 육식의 문제점을 현실적인 문제로 받아들이기엔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2022년 세계 축산시장의 규모는 1.5조 달러(한화 약 1,696조원) 규모(9)로 예상됩니다. 반면 채식시장은 2025년에 250억 달러(한화 약 28조2,400억원) 수준(10)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개발도상국의 임금수준이 높아지면서 육류에 대한 수요가 높아질거란 전망도 있는 만큼, 축산시장의 강세는 당분간 지속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길 수 없다면

영어로 “If you can’t beat them, join them”이란 표현이 있습니다. 이길 수 없는 세력을 만나면, 뜻을 함께하라는 의미죠. 현재 출시되는 대체육의 전략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기존 대체육이 육류성 단백질을 보충하는 점에 집중을 했다면, 신규 대체육 상품들은 맛과 질감 등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은 결코 작은 변화가 아닙니다. 생각해보세요 - 돼지고기가 없는 제육볶음이 상상이 가시나요? 소고기가 없는 갈비찜은요? 야식으로 먹는 치킨이 두부로 대체된다면요? 사람들이 갈망하는 건 영양소가 아니라, 그 맛과 감성인 것이죠. 즉 기존 고기와 맛과 식감이 크게 다르지 않다면, 사람들은 도리어 대체품을 소비할 준비가 되어있다는 것이죠. 물론 가격을 동일선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 말이죠.

아직 대체육 시장이 시작하는 단계인만큼 갈 길이 먼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서야 사람들이 시장에 대해 인지를 하기 시작했으며, 아직 반감을 느끼고 있는 소비자가 많은 것이 사실이죠. 버거킹과 Impossible Foods간의 콜라보가 빛을 크게 보지 못했다는 소식으로 보아(11), 아직 대체육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이 개선될 부분도 많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무적인 부분은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자본이 대체육 시장에 유입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이로 인해 대체육과 관련된 연구개발이 활발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대체육 시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인 것 같습니다.

P.S. 패션은 더 갈길이 멀다

사실 소를 이야기하면 소고기는 물론, 가죽을 뺄 수 없습니다. 아마 여러분 소지품 중에 적어도 한가지가 가죽제품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측해봅니다. 그만큼 가죽제품은 전세계적으로 대중화된 것이 사실입니다.

국내에서는 명품백이라는 말이 흔하게 나올 정도로 럭셔리 브랜드하면 가죽 제품이 대표적인 카테고리입니다. 실제로 럭셔리 브랜드의 매출 중 절반 이상이 가방 품목에서 발생하며, 고가의 가격대인 만큼 동물 가죽 소재가 대부분이죠.

가죽 역시 대체육과 같은 맥락으로 화학처리과정에서 환경에 치명적인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대체 가죽을 활용하자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이런 종합적인 면에서는 대체품이 자연가죽보다 더 환경에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2017년 조사에 의하면 인공가죽 제품이 동물가죽보다 환경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약 1/3 수준이라고 합니다(12). 일부 사람들은 대체 가죽 제품들이 플라스틱 기반인만큼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지만, 탄소배출 측면에서도 자연 가죽보다 더 나으니, 걱정 안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다만, 소재의 내구성과 감성적인 측면에서 동물가죽을 아직 따라잡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2020년 대체 가죽 제품 시장이 633억 달러(13)였던 반면, 2017년에 이미 가죽제품 시장은 4,140억 달러 수준이었죠(14). 결국 이 시장도 대체육 시장과 비슷한 전략을 취하지 않을까 예상을 하는 부분입니다.

※이 콘텐츠는 'nu 인사이트'입니다. nu 인사이트는 해외 스타트업 트렌드, 국내 스타트업 이슈 등 스타트업 관련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넥스트유니콘(https://www.nextunicorn.kr) 콘텐츠입니다.
*문의: contact@nextunicorn.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