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에버21의 파산신청을 통해 본 지식재산권과 상표제도 1편
2019년 12월 미국 패션시장에서 한인 이민자들에게는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자 신화창조라고 평가받아 왔던 글로벌패션기업 ‘포에버21(FOREVER21)’이 100억 달러 상당(한화 약 12조 원 규모)의 기업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미국 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접수한 사실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패션시장에서 어떤 기업보다도 성공했다고 평가받던 ‘포에버21’의 파산과 몰락은 국내외 패션시장에도 위기감을 던져 주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미국 패션시장에서 다시 없을 한인 신화로 불리던 포에버21은 태동부터 남달랐다. 1984년 우리로 치면 미국의 동대문시장과 매우 흡사한 로스앤젤레스(LA) 디스트릭트 자바시장내의 볼품없는 25평짜리 작은 가게에서 이민 온지 얼마 되지도 않은 새내기 젊은 부부에 의하여 ‘패션21(FASHION21)’이라는 상호로 소박한 첫발을 내디뎠었다. 이후 동대문식 빠른 회전율과 공급 시스템 그리고 시대를 앞서 나간 다양한 상품 제안과 콘셉트가 미국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적중하면서 매년 폭발적이고 급격한 매출 신장의 흐름을 타게 된다.
상표권 침해에 대한 대비 부족
전 세계 패션시장에서 거침없이 폭풍 질주하던 포에버21이 몰락한 원인에 대하여 혹자들은 몇 가지 공통된 요인을 지적하고 있다. 우선 패스트패션을 기업의 핵심 동력이자 지향점으로 하는 기업이면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브랜드나 디자인의 정체성과 스타일을 구축하지 못하였다는 고질적인 약점이 있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패션시장의 유통방식이 전통적인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장 방식에서 모바일과 온라인 기반의 아마존, 알리바바 등과 같은 전자상거래 위주의 신유통방식으로 변화하였는데도 불구하고 시대에 맞는 유통의 흐름과 변화를 읽지 못하였고, 특히나 적절한 대응이 늦었다는 데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그럴 것이 이들의 최근까지 행보를 되짚어 보면 새로운 패션 유통 흐름에 맞는 적절한 대응과 준비를 하지 못하고 오히려 주로 고비용이 소요되는 전통방식의 각 국가별 무리한 오프라인 매장 확대와 영업력 확장에만 열을 올렸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인 듯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필자가 주목하는 가장 직접적인 파산의 원인이 된 것으로 판단되는 점은 바로 자신만의 뚜렷한 브랜드 정체성이 없어 패션 주류를 따르다 보니 여러 동종업체들과 디자인권과 형태 침해(데드카피) 등 IP관련 충돌과 분쟁이 잦았고 이 때문에 불가피하게 여러 패션업체들과 진행해온 상표권, 디자인권 등 소위 끊이지 않고 발생한 지적재산권 분쟁과 소송이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사실 이러한 IP 분쟁과 문제점들 때문에 포에버21의 제품들은 다이어트프라다(Diet Prada)와 같은 많은 카피제품수사대 성격의 커뮤니티들과 온라인 소비자 등 유저들로부터 짝퉁 혹은 디자인 카피제품으로 오해를 받거나 낙인찍히면서 젊은 소비층으로부터 많이 외면을 받았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안타깝지만 필자가 보기에도 그동안 포에버21이 겪은 미국 혹은 여러 국가들에서의 IP관련 소송 수난사들을 고려한다면 다른 여타의 동종업체들과 비교해도 소송비용을 비롯, 모든 면에서 몇 배는 심각한 수준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분쟁 건수의 많고 적거나 승패 여부를 떠나서 상황이 이 정도라면 이미 오래전에 파산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기적이라 할 정도라는 생각마저 든다.
소송비용 심각한 수준
포에버21이 겪은 대표적인 소송들만 보더라도 그 사태가 심각한 수준이었음을 누구나 잘 알 수 있다. 나이키, 아디다스, 구찌, 샤넬, 마크제이콥스, 디이앤슨, 디자이너 안나수이, 미국팝스타 아리아나 그란데 등을 비롯한 크고 작은 알려진 공식 IP 소송 건 만도 50여건 이상에 달했고, 이는 파산 신청한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물론 알려진 소송이 이 정도라면 통상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한 종결 건도 모르긴 해도 적지 않았을 것이 분명할 것이다.
작금의 시대는 소송이나 분쟁이 없이 정상적인 영업활동에만 매진해도 기업의 생존을 위협받는 절체절명의 시점이다. 이런 IP 소송과 같은 영업 외적이고 회사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되는 마이너스 요인들이 자주 발생한다는 것은 결정적으로 기업의 성장은 커녕 불필요한 소송비 등 지출과다로 경영과 매출 유지의 발목을 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설상가상으로 기업의 외형과 매출이 너무 단기간 내에 급속히 커지면서 심한 성장통을 겪어야만 했다.
2001년부터 시작된 직원들과의 노동법 위반 관련 분쟁과 소송은 2012년, 2014년으로 계속 이어졌고 여러 차례 마치 연례행사처럼 노동법 위반으로 제소되면서 이 또한 파산에 크게 일조한 원인이 되었다고 혹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미국은 소송천국
미국이라는 나라는 정말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고 지구상에서 자유주의 의식이 가장 높은 국가인 만큼 분쟁과 소송에 너무도 익숙한 사회 문화를 가지고 있다. 해서 흔히 미국을 다른 말로 ‘소송천국’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렇게 부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분명 있어 보인다.
소송의 종류를 불문하고 우리로 치면 아무것도 아닌 일들도 이들은 각종 소송과 법적 분쟁으로 해결하는 것이 정서상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일반 민형사소송은 물론 브랜드나 디자인과 같은 IP 관련 소송과 분쟁 그리고 다양한 영역에서의 갈등과 분쟁이 그 어떤 나라보다 많이 발생하고 기업 운영상 의례적인 일상으로 취급되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1970년대 전자레인지가 개발되었을 때 한 할머니가 고양이를 목욕시킨 후 물기를 빨리 말려줄 생각으로 고양이를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려 죽게 되자 제조사에서 전자레인지에 고양이를 넣고 돌리지 말라고 사전에 소비자에게 경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건이나, 맥도날드의 햄버거를 너무 많이 사 먹어서 살이 쪘다며 자신의 비만을 책임지라고 맥도날드를 상대로 소송을 한 사례는 전 세계에 유명한 소송 일화로 전해진다. 이처럼 가벼운 교통사고라도 나면 무조건 변호사부터 선임하고 보는 이런 소송천국 미국에서 사업을 한다면 반드시 모든 면에서 철저한 준비와 정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IP소송이 끼치는 악영향
이번 포에버21의 파산 사례에서도 많은 IP 분쟁과 소송들이 기업 경영에 어떤 악영향을 미치는지 우리에게 던지는 울림이 매우 큰 것도 사실이다. 미국 시장은 우리와는 법정서와 법체계부터 크게 다르다.
지식재산권적 측면에서 보면 특허권(디자인권을 포함한다), 상표권, 저작권으로 크게 나뉘고 각종 불공정거래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부정경쟁방지법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잘 발달되어 있다.
특히 근본적으로 IP 권리들에 대한 등록 주의가 아닌 사용 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장으로의 접근과 각종 기업 운영상 계약조건(열거주의에 따라 모든 조건은 명문화하고 있다) 확인 등 기업 활동 방향과 방법에 우리 국내시장과는 사뭇 다른 접근법과 철저한 대응이 요구된다. 우리처럼 명문 법의 해석과 적용보다는 매사를 판례 중심으로 판단하는 관습법이 우선시되거나 기준이 되기 때문에 각 주별 혹은 연방 차원의 다양한 법 제도들과 IP 기준과 원칙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해야만 불필요한 분쟁과 문제 발생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특허나 상표 등의 사용 주의 국가이기는 하지만 시장에서의 제품의 판매와 유통 등 원활한 활동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특허권, 상표권, 디자인권 등의 등록하고 확보하는 것이 기본적인 사항이기도 하다. 다음 편에서 차별화되고 특이한 미국만의 지식재산권과 상표제도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좀 더 살펴보기로 하자.
※ 이 콘텐츠는 'nu 법률시리즈'입니다. ‘nu 법률시리즈’는 넥스트유니콘에서 발행하는 스타트업이 꼭 알아야 할 법률 지식 시리즈입니다. 스타트업 설립부터 투자까지 기업의 권리를 지키는 데 필요한 내용을 담아 스타트업에게 꼭 필요한 법률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필자 소개
이재길 대표
現) (사)브랜드마케팅협회 수석부회장
現) (주)엘티씨앤엠 대표
前) 세무법인 다현 전무
前) 신한대학교 특허법률학과 겸임교수(법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