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날드 'BTS세트'에 햄버거가 없는 이유
요즘 핫하디 핫한 맥도날드의 BTS세트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BTS세트는 단순히 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이 아니다. 비즈니스 기반 마케팅의 대표적인 사례라 할 만큼 아주 의미가 크다.
맥도날드 BTS세트는 도대체 무엇인가?
맥도날드 BTS세트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동시에 출시됐다. 당연히 BTS를 내세운 대대적인 광고캠페인도 함께 하고 있다.
TV 광고 속 BTS는 직접 골라 구성한 메뉴라면서 멤버들이 번갈아 가면서 시종일관 화면을 응시한다. 마치 BTS세트를 먹으면 BTS와 함께 하는 느낌을 줄 것만 같다. SNS 및 맥도날드 앱을 통한 BTS 관련 이벤트나 콘텐츠 활동도 적극적으로 전개 중이다.
정확하게 맥도날드 BTS세트는 국내 기준 올해 5월 27일 출시됐고 6월 30일까지만 한정 판매를 진행했다. 세트 구성은 맥너겟 10조각, 후렌치후라이와 음료, 그리고 BTS멤버들이 직접 선택했다는 (직접 소스를 기획하거나 만든 것이 아니라 기존 소스 중에서 고른 것이다) 스위트 칠리 소스와 케이준 소스를 함께 준다. 포장 패키지는 BTS를 상징하는 보라색과 로고를 활용하고 있고, BTS 멤버 사진까지 활용하지는 않는다.
역시 BTS 파워는 대단하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BTS세트에 대한 열기는 뜨겁다. 아직 공식 판매량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국내 맥도날드만 가봐도 주문하는 사람들이 많고 뉴스를 장식하는 전 세계적인 화제성을 보면 엄청난 판매량은 당연해 보인다.
BTS 팬클럽인 아미뿐만 아니라 BTS세트가 왜 그렇게 화제인지 궁금해하는 일반인들까지 팬심이든 호기심이든 BTS세트를 시킨다. 해외에서는 BTS세트에 웃돈이 오가기도 하고 BTS세트 패키지를 굿즈로 인식해서 애지중지하기도 한다.
국가별로 가격 차이가 크지만, 가격 상관없이 BTS세트 열기는 뜨겁다. 시대가 바뀌고 개인의 취향이 우선인 MZ세대가 사회 주류로 떠오르기 시작하면서 1980~90년대와 달리 전 세계를 관통해서 거의 모든 곳에서 사랑받는 연예인 찾기가 어려운데, BTS는 전 세계에 통하는 몇 안 되는 귀한 글로벌 스타다. 글로벌 브랜드인 맥도날드 입장에서 BTS세트 출시와 캠페인은 전 세계 공동 마케팅을 하기에 적합한 선택이었으며 한 번에 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키기에 최고의 선택이었다.
맥도날드는 아마도 BTS에게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지불했을 것이다. 광고 효과와 판매량만으로도 광고비는 이미 아깝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BTS의 신곡 ‘버터’가 BTS세트 출시와 함께 공개됐고 이 글을 쓰고 있는 6월 4주 차에 빌보드 4주 연속 1위를 하고 있다. 맥도날드의 마케팅 담당자 입장에서는 절로 미소가 지어질 행복한 상황이다.
단지 BTS의 글로벌 유명세가 BTS세트 출시의 이유일까?
BTS세트가 출시하자마자 BTS세트를 먹어봤다. BTS 팬이라서? 아쉽게도 아니다.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다. 취향에 맞는 BTS 노래가 나오면 즐기는 정도다.
원래 치킨너겟을 아주 좋아하는 데다 소스도 자주 시키는 소스라서 세트로 묶이면서 가격이 더 매력적으로 되었다. 굳이 안 시킬 이유가 없었다. 다만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어서 햄버거 하나를 추가했다.
칼로리 폭탄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이었지만, 내게 맥도날드는 햄버거를 안 먹으면 안 될 것 같은 이미지다. 춘천 닭갈비 먹고 나서 볶음밥을 안 먹으면 식사를 마치지 않은 기분과 비슷하달까?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맥도날드는 BTS세트에 햄버거를 넣지 않았을까?
냉정하게 생각하면 이게 왜 BTS세트인지는 모르겠다. 새로운 메뉴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기존 제품들 재조합한 것뿐인데 말이다. BTS가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새로운 한정판 세트메뉴로 전 세계에서 동시에 프로모션하는 것을 보면 맥도날드가 참 쉽게 일하는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도 들었다.
왜 치킨너겟 10개에 후렌치후라이까지 넣었을까? 이런저런 의문이 꼬리를 물고 떠올랐다. 다만 확실한 것은 맥도날드의 야심은 단순하지 않았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맥도날드의 BTS세트는 전략적 야심이 숨어있다.
1. BTS세트에는 신메뉴가 없다
BTS세트에는 햄버거도 없고 새로 개발된 메뉴도 없다. BTS가 좋아하는, 평소 주문한다고 하는 기본 메뉴의 조합에 불과하다. 물론 실제로 BTS가 그런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맥도날드 입장에서 매우 현실적이고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단일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 매장에 동시에 출시하려면 최소 몇 년 동안 메뉴를 개발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전 세계 매장에서 이미 팔고 있는 메뉴라면 그렇게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BTS와의 협업을 최대한 빨리 진행하기 위해서는 이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대신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포장 패키지와 각 국가별로 특화된 BTS와 맥도날드 협업 굿즈로 그 아쉬움을 대신하고 있다. 덕분에 맥도날드는 빠르게 전 세계 동시 마케팅 프로모션을 전개할 수 있었다.
2. BTS세트에는 햄버거가 없다
BTS세트에 햄버거가 없다는 것은 맥도날드가 맥도날드답지 않은 인상을 준다. BTS가 평소 주문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했을까? 글쎄…. 햄버거가 주력 상품인 패스트푸드에서 햄버거를 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이미 과거 맥도날드는 던킨 도너츠가 ‘도너츠’를 덜어내면서 이미지 변신을 한 것처럼 메뉴 다각화를 통해 햄버거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여러 번 시도했었다.
BTS세트 구성을 보면, 치킨너겟과 후렌치후라이, 콜라로 이루어져 있다. 당신이 맥도날드 매장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이라면 이런 주문을 받았을 때 어떤 생각이 들겠는가? 그렇다. 햄버거 메뉴를 받을 때보다 훨씬 부담이 적을 것이다. 모두 햄버거 대비해서 조리가 매우 쉽다. 단지 튀겨서 포장해서 내놓으면 끝이다.
맥도날드 입장에서는 BTS세트를 많이 시킬수록 혹은 BTS세트로 인해 고객들이 향후 햄버거를 빼고 식사 메뉴로 치킨너겟과 후렌치후라이를 시킨다면 매장 운영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 당장 BTS세트 한정 판매 기간 동안으로만 한정해도 BTS세트를 먹겠다고 몰려오는 고객들을 최대한 빨리 대응할 수 있다.
치킨너겟 10개의 의미가 무엇일까? BTS세트 구성은 전체량과 칼로리를 생각해 보면 그 자체로 식사 메뉴다. 원래 맥도날드의 식사 메뉴는 햄버거가 메인이고, 치킨너겟을 비롯한 각종 사이드 메뉴는 식사가 아니라 출출할 때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간식이거나 메인 메뉴만으로 아쉬울 때 더하는 서브 메뉴였다.
하지만 BTS세트는 햄버거를 빼고 그 자체로 한끼 식사로 포지셔닝 시켰다. 햄버거에 쏠려 있는, 즉 햄버거 중심에서 사이드 메뉴로 관심을 이끌고 오는 동시에 그 자체를 식사 대용으로 경험 시켜서 당장은 아니겠지만 조금씩 햄버거 중심의 맥도날드 이미지를 바꿔갈 수 있는 시발점을 마련했다.
앞서 이야기한 매장 운영 효율성까지 생각하면 맥도날드 입장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선택일지도 모른다.
3. BTS세트에는 맥도날드의 부정적 이미지가 없다
BTS와의 협업은 맥도날드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다. 맥도날드가 올드(Old)하고 건강하지 않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이 부분은 특별히 길게 말하지 않겠다.
맥도날드는 BTS세트로 BTS팬층을 맥도날드로 오게 만들었다. 10대와 20대의 젊은 층을 맥도날드로 유입시켜서 젊은(Young) 이미지를 가져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으며, 건강한 음식까지는 아니지만 건강하지 않은 음식들 때문에 매장 방문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옅게 만들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BTS세트 한 번 사먹었다고 이 모든 것이 갑자기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음식을 만들고 매장 운영하는 사업의 특성상 고객들에게 음식을 먹게 하거나 매장을 방문하게 만들어 경험하게 만든다는 것은 접근이 어려웠거나 떠났던 고객들을 새로운 고객으로 다시 만들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다.
향후 마케팅 전략 대표적인 성공사례가 될 것
맥도날드의 BTS세트 출시를 사업적, 마케팅적 전략 측면에서 분석해보았다. 맥도날드가 실제로 이런 목적과 이유로 BTS 협업을 기획하고 실행했을지는 내부자가 아닌 이상 모르겠지만, 현상과 결과에 대해 의문을 갖고 삐딱하게 추론해보는 것은 사업이나 마케팅 전략 수립에 큰 도움이 되는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BTS를 쓰는 광고들이 그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맥도날드 BTS세트 출시와 협업만이 화제가 되고 머릿속에 남아있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마케팅 전략 수립을 위해 밸류 체인(Value Chain, 가치사슬)부터 4P(Product, Price, Place, Promotion)까지 아우르며 성공적인 성과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케이스로 맥도날드의 BTS세트는 당분간 계속 회자되지 않을까 싶다.
필자 소개
강재상 매드해터 CMO
출처: 패션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