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시대, 한국 스타트업만의 기회는?
엔디비아 젠슨 황부터 마이크로소프트 빌게이츠까지 언급하며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트렌드가 있습니다. 바로 AI 에이전트죠. 단순히 업계의 유명 인사들이 이 주제를 언급하는 것을 넘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최근 1년 사이 3배 이상의 투자금이 이 시장에 몰리고 있을 정도로 VC과 기업들의 AI 에이전트에 대한 투자 규모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뜨거운 감자, AI 에이전트란?
최근 AI 에이전트에 대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콘텐츠를 통해 이미 AI 에이전트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접해보셨을 겁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많은 정의들이 AI 에이전트의 본질을 제대로 짚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 정의들이가 개념적으로 틀렸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대부분의 설명이 기존 소프트웨어 기반 자동화와 크게 다르지 않게 해석되어 AI 에이전트가 지닌 핵심적인 차별점을 이해하는 데에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사실 AI 에이전트와 기존 소프트웨어 자동화는 매우 유사합니다. 둘 다 결국 인간이 수행하는 업무를 "자동화"한다는 점에서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두 기술 사이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존재합니다. 바로 자동화의 범주와 유연성입니다.
기존 소프트웨어 자동화는 기획자나 개발자가 문제를 명확히 정의하고, 그 정의된 범위 내에서만 자동화가 가능합니다. 즉, 사람이 정해놓은 규칙과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입니다. 반면, AI 에이전트는 자연어를 이해할 수 있는 LLM(Large Language Model)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보다 모호하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자동화가 단순 반복 작업을 넘어, 다양한 상황에 적응하는 수준까지 확장된 것입니다.
예시로, ChatGPT Operator 홈페이지에 소개된 사례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TripAdvisor를 통해 로마 여행 정보를 찾아 달라"는 요청을 생각해봅시다. 이 작업은 크게 세 단계로 나눌 수 있습니다: TripAdvisor 웹사이트에 접속하는 작업, 로마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작업, 그리고 결과를 정리하는 작업. 기존 소프트웨어 방식에서는 각 단계에 대해 별도의 규칙 기반 로직을 설계하고, TripAdvisor의 UI/UX에 맞춰 개발해야 합니다.
하지만 AI 에이전트는 다릅니다. TripAdvisor가 아닌 Yelp에서 정보를 찾아 달라는 요청이 들어와도, 별도의 추가 개발 없이 자연어로 이해하고 처리할 수 있습니다. 특정 웹사이트나 정해진 시나리오에 국한되지 않고, 사용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동작하는 것이 AI 에이전트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정리하자면, AI 에이전트는 기존의 Rules Based 소프트웨어로는 대응하기 어려웠던 변칙적이거나 예외적인 상황에 대해 훨씬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개발적인 측면에서는 관리와 확장성이 용이하고, 사용자 경험 측면에서는 보다 자연스럽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자동화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기술적 한계와 사업적 기회
하지만 현재 LLM 기반으로 모든 업무를 자동화하는 데에는 몇 가지 중요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이 한계들을 이해하는 것이 곧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견하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첫 번째로, AI 모델 간 특화 영역이 다르다는 점이 가장 큰 기술적 챌린지입니다. 예를 들어, Claude는 코딩 작업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ChatGPT는 논리적 사고에, Perplexity는 검색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 업무에서는 코딩, 검색, 논리적 사고 등 여러 역량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에, 특정 모델 하나만으로는 완전한 자동화가 어렵습니다. 결국 다양한 모델을 효율적으로 조합하고 연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두 번째로 떠오르는 문제가 오케스트레이션(Orchestration)입니다. 여러 LLM뿐 아니라 기존에 구축된 각종 API까지 포함해, 어떻게 이들 간에 원활한 워크플로우를 설계하고 소통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N8N, Zapier, Make 같은 툴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 완벽히 자리 잡은 시장은 아닙니다. 이 분야는 많은 VC들이 주목하는 미개척 시장이기도 하며, 더 나은 솔루션을 제공할 기업에게 큰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UI/UX 측면의 한계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LLM이 생성하는 텍스트나 코드는 일반 사용자에게 직관적이지 않고, 기존의 시각적이고 구조화된 UI에 익숙한 사용자들이 이를 바로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사용자가 낯설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럽게 LLM 기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UI/UX를 설계하는 것입니다.
결국, 이 세 가지 한계 — 모델 간 특화 차이, 효율적 오케스트레이션, 사용자 친화적 UI/UX — 는 단순히 기술적 장벽이 아니라, 이를 해결하는 기업에게는 새로운 시장 기회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다른 이들의 한계가 곧 나의 사업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대한민국만의 기회?
이런 환경 속에서 대한민국만의 특수한 기회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첫째,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인구 감소를 겪고 있습니다. 이는 필연적으로 인재 부족 문제로 이어질 것이고, 결국 생산성 저하를 막기 위해 업무 자동화가 필수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됩니다. 다시 말해,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대규모 자동화 솔루션을 실험하고 검증할 수 있는 최적의 테스트베드를 확보한 셈입니다.
둘째, 대한민국은 AI 기술에 대한 심리적 거부감이 낮다는 점도 강점입니다. 많은 국가들이 AI 도입에 대해 불안감이나 규제 장벽을 느끼는 반면, 한국은 비교적 빠르게 AI 솔루션을 받아들이고 실사용으로 이어지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덕분에 솔루션 도입과 고객 피드백까지의 사이클을 빠르게 돌릴 수 있어 빠른 개선과 확장이 가능합니다.
셋째, UI/UX 역량 측면에서 대한민국은 전 세계와 견줘도 손색없는 수준을 자랑합니다. 오히려 비용 대비 퍼포먼스를 따지면 세계 정상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AI 창업자 지인도 "디자이너만큼은 반드시 한국에서 채용하겠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기술적 해자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결국 사용자 경험(UX)이 경쟁력의 핵심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의 디자인·UI/UX 강점을 활용한다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충분히 경쟁 가능성을 높일 수 있습니다.
지금이 가장 좋은 타이밍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입니다. 대한민국은 이미 인구 구조, 수용성, 기술력이라는 세 가지 강점을 모두 갖추고 있습니다. 여기에 앞서 이야기한 AI 에이전트 기술의 한계를 해결하려는 시도까지 더해진다면, 국내 시장을 넘어 글로벌 레퍼런스를 만드는 기업이 나올 수 있는 최적의 타이밍입니다.
다른 나라보다 먼저 문제를 직면한 만큼, 먼저 해결해 나간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선도자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그 가능성에 도전할 때입니다.
AI 에이전트는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의 진화입니다.
사실 AI 에이전트가 지향하는 방향은 그리 새롭지 않습니다.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이 추구해온 목표 — 고객의 업무 효율화, 비용 절감, 매출 증대 — 와 정확히 일치합니다. 다만, 과거에는 개발자들이 코드를 통해 시스템을 구축했다면, 이제는 AI가 시스템을 설계하고 구현하는 방식으로 진화했을 뿐입니다. 프로그래밍 언어가 바뀌었을 뿐, 본질은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 AI 에이전트 분야의 선두주자들을 보면 대부분 소프트웨어 전문성을 가진 기업이거나, 그런 기업 출신의 창업자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이미 시장에서 긍정적인 성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하나 더. AI 기술이 보편화되며 대한민국이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언어적 장벽 역시 점점 허물어지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 기회를 통해,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무대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고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강국으로서의 경험과 UI/UX 경쟁력, 그리고 빠른 도입과 실행력을 바탕으로, 이번 AI 에이전트 시대에는 대한민국에서 더 많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나오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