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하나로 1,200억을 아낀 익스피디아의 문제 해결법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 살면서 정말 많이 쓰게 되는 표현 중 하나인 이 속담, 실전에서는 쓸 일이 없어야 좋은 말입니다. 모든 조직은 외양간을 고칠 필요가 없게 만들어야 발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애초에 소가 도망갈 수 없도록 외양간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와 같은 문제해결 방식을 ‘업스트림(Upstream)’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문제의 하류에서 응급처치를 반복하는 대신 문제의 상류로 올라가 문제 자체를 없애버리는 방식입니다. ⟪스틱!⟫, ⟪스위치⟫의 저자 댄 히스는 바로 이 점에 주목했습니다. 그는 신간 ⟪업스트림⟫에서 문제는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질문 하나로 1,200억을 아낀 익스피디아
여행 전문 사이트 ‘익스피디아’의 고객경험그룹 대표는 예약 고객의 58%가 단순히 일정표를 얻기 위해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는 데이터를 보고 무언가 단단히 잘못된 상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온라인 여행 사이트의 가장 큰 매력인 ‘셀프 서비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2012년 한 해에만 2천만 통이 넘는 통화량을 줄이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했습니다. 단순히 통화 시간이나 통화량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아예 통화할 필요가 없게 만들어버린 것입니다.
당시 그의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통화를 하지 않을 할 수는 없는 걸까?’ 음성안내 시스템에 자동 옵션을 추가하고(“일정표를 다시 받으시려면 ‘2번’을 눌러주세요”), 이메일 변경 방식을 바꾸어 스펨 필터를 피했습니다. 그 결과 일정표와 관련된 전화는 거의 오지 않게 되었습니다. 전화 한 통 처리하는 데 약 5달러가 들었으니 결과적으로 1억 달러, 우리 돈으로 1,200억 원을 아낀 셈입니다.
2년 만에 50% 가까이 해지율을 줄인 링크드인
구독갱신 시기가 다가오는 회원들만 관리해왔던 ‘링크드인’은 새로운 질문에 직면했습니다. ‘누가 상품을 해지할 것인지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이 질문 하나에서 시작된 인사이트가 구독 해지율을 줄이는 데 획기적으로 작용할 줄은 아무도 몰랐습니다.
링크드인은 직원들은 데이터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곧이어 가입 첫 30일 안에 상품을 이용한 고객은 링크드인을 계속해서 사용할 가능성이 4배나 높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바로 태세를 전환해 고객을 지키기 위해 사용하던 모든 자원을 고객이 상품에 익숙해지도록 돕는 데 투입했습니다.
그 결과 2년간 회사의 수익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을 뿐만 아니라 해지율은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가입 후 해지가 임박한 회원들에게 질척(?)거리는 대신 그들이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자원을 투입한 결과였습니다.
상류로 올라가 문제 자체를 없애버려라
익스피디아나 링크드인처럼 업스트림 작업은 문제가 발생할 확률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행위입니다. 결국 시스템을 바꾸는 것이 목적인 작업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7가지 전략이 필요합니다.
- 꼭 필요한 사람을 모아 심각성을 각인시킬 것
- 문제를 유발하는 시스템을 다시 설계할 것
- 필수 개입 지점을 찾을 것
- 위험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
- 데이터를 입체적으로 분석해 데이터의 함정에 빠지지 말 것
- 2차 결과를 예측해 부작용을 방지할 것
- 비용이 아닌 투자임을 각인할 것
업스트림 작업을 제대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돈, 시간, 환경 때문에 사고가 터널 안에 갇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해봐야 합니다. 혹시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돌아봐야 합니다.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었을 때 업스트림으로 올라가 진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박스에 비싼 TV 그림을 인쇄해 물품 파손율을 80% 낮춘 자전거 회사, 서비스를 해지할 고객을 예측함으로써 해지율을 50% 이상 낮춘 링크드인, 1학년 학생에 자원을 집중해 졸업률을 20% 이상 올린 고등학교 등등 문제의 상류에서 문제 자체를 없애 큰 성과를 거둔 사례는 차고도 넘칩니다.
어제보다 나은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반드시 상류로 GO-!
⟪업스트림⟫은 조직을 이끄는 리더에게 커다란 인사이트를 주는 책입니다. 삼성화재의 황영무 대표이사가 이 책을 읽은 뒤 회사의 모토를 ‘Think Upstream, Go Global & Digital’로 삼았을 정도입니다. 업스트림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회사의 운영과 공공의 문제까지도 꿰뚫을 수 있는 프레임입니다. 이 프레임은 문제의 진정한 근원을 정직하게 바라보고, 개입할 지점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게 돕는 아주 보편적인 문제 해결 방식입니다.
그러므로 어제보다 더 나은 조직을 만들고 싶다면 더 많은 에너지를 상류 쪽으로 옮겨야만 합니다. 문제의 증상에만 대처하는 걸 즉시 멈추고 근본적인 원인을 제거해 병 자체를 없애는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비용을 아끼면서 시행착오 없이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는 조직을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