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커머스 전략으로 바라본 네이버vs카카오 관전 포인트
네이버vs카카오··· 제3의 격돌 ‘쇼핑’
국내를 대표하는 IT 공룡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쇼핑 영역을 두고 제3의 격돌을 맞았습니다. 국내를 대표하는 SNS 애플리케이션 자리를 놓고 카카오톡과 라인이 경쟁했고,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견제하기 위해 카카오가 다음을 인수하며 제2의 격돌을 맞았었죠. 현재 스코어는 1대1. 이제는 양사가 온라인 쇼핑 시장을 놓고 선점하기 위한 경쟁구도에 돌입했습니다.
사실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을 보면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가 명확했습니다. 물론 카카오도 선물하기를 중심으로 쇼핑하기, 카카오스타일, 카카오메이커스 등 커머스 비즈니스에 공격적으로 투자해왔지만, 현실적으로 네이버의 경쟁사로는 평가되지 않았죠. 지난해 국내 전자상거래 거래액 기준으로 네이버 30조 원(18.6%), 쿠팡 22조 원(13.7%), 이베이코리아 20조 원(12.4%)까지 상위권이 압도적이고, 카카오는 4조6천억원으로 전체 시장에 3% 미만의 점유율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난주 많은 미디어와 전문가들의 다른 시각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가 아닌 여성 쇼핑 앱 지그재그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카카오가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3위인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해 단숨에 2위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보란 듯이 다른 전략을 선택한 셈이죠. 카카오의 이런 전략을 두고 많은 전문가들은 ‘카카오가 보유하지 않는 중저가 브랜드에 대한 입지를 넓히는 것이다.’, ‘아니다, 카카오가 기존에 잘하는 추천 베이스로 가는 것이다.’, ‘패션 글로벌 플레이어가 될 것이다.’ 등 많은 추측이 오가고 있습니다.
오늘은 네이버와 카카오의 쇼핑 영역의 행보 기준이 아닌 양사가 국내 시장을 바라보는 시각을 기준으로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의 두 축, 미국과 중국
전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을 크게 2개로 나눈다면, 단연 미국 시장과 중국 시장일 겁니다. 지난해 기준 중국이 2조8천억 달러로 1위, 뒤이어 미국이 7천98억 달러로 2위를 차지했고, 이는 전세계 전자상거래 규모(약 4조580억 달러)의 약 8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시장이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규모이긴 하지만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습니다.
두 국가의 전자상거래 시장은 사실 너무나 다른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미국은 웹서비스를 중심으로 아마존이 이끄는 오픈마켓 시장과 그 뒤를 바짝 쫓고 있는 쇼피파이 방식, 즉 쇼핑몰 구축 솔루션 시장이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국내 전자상거래 구조는 사실 미국을 많이 닮아 있습니다. 쿠팡, 지마켓, 11번가 등 오픈마켓이 주도권을 갖고 있으며, 브랜딩에 힘을 싣는 브랜드들은 카페24와 같은 쇼핑몰 구축 솔루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중국 시장은 모바일 중심의 서비스들이 주류로 자리 잡고 있는데요. 중국의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의 타오바오와 티몰을 중심으로 징동닷컴, 핀둬둬가 뒤를 잇고 있습니다. 이들 서비스 모두 아마존과 같은 오픈마켓 구조이긴 하지만 인플루언서 및 셀러의 신뢰도와 소통 중심으로 판매가 이루어지는 독특한 구조입니다. 파워셀러를 일컫는 ‘왕홍(網紅, 온라인 유명 인사)’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이에 대부분 SNS 성격이 강하고, 최근 국내에 대세로 떠오른 라이브커머스도 중국에서는 이미 10년 전부터 부흥하기 시작했죠. 중국의 대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인 위챗도 압도적인 사용자를 기반으로 최근 쇼핑 기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또한 위챗의 전개사인 텐센트는 카카오의 2대 주주이기도 해, 위챗의 방향성이 카카오톡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카카오, 중화권 ‘SNS 쇼핑 모델’ 전략
카카오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숨에 국내의 전자상거래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그재그를 선택했습니다. 물론 몸값 차이가 5배 수준으로 차이가 많이 나긴 하지만, 단순히 비용 부담으로 인해 결정한 선택은 아닐 것입니다.
카카오의 커머스 서비스 시작은 ‘선물하기’였고, 전 연령을 아우르는 ‘국민 메신저’답게 독보적인 유저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심지어 현재의 카카오 수익모델에 가장 중요한 효자 노릇을 하고 있죠. 카카오 전사 당기순이익의 약 80%가 카카오커머스에서 나고 있으며, 카카오커머스 매출의 80%가 ‘선물하기’ 서비스에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선물하기’외에 다른 서비스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카카오커머스에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카카오톡 쇼핑하기 △카카오스타일 △쇼핑하우 △카카오메이커스 등 많은 서비스가 있으며, 온라인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오픈마켓 형태의 서비스도 출시했지만, 아직까지 그렇다 할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수년간의 경험을 토대로 카카오는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네이버-쿠팡과의 정면 대결이 아닌 가장 잘하고, 또 가장 잘할 수 있는 ‘SNS 쇼핑 모델’ 전략을 선택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물론 2대 주주인 텐센트의 영향도 있었을 것입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카카오에게 지그재그는 이베이코리아보다 훨씬 더 매력적으로 보였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카카오와 같은 모바일 중심의 서비스, 개인화 추천 서비스, 명확한 광고 수익 구조, 가장 중요한 것은 카카오가 잘하지 못하던 2030 여성 패션 카테고리에 엄청난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국내를 대표하는 패션 메카인 동대문 패션이 카카오의 지원에 힘입어 글로벌에서 성장해 나갈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지는 건 사실입니다.
네이버, 미주권 ‘쇼피파이’ 전략 차용
네이버는 일명 ‘쇼피파이 전략’을 추구하고 있는데요. 쇼피파이는 캐나다 기업으로 영세 사업자 또는 브랜드들도 비용 부담 없이 쉽게 온라인 스토어를 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입니다. 이커머스 웹사이트 빌더인 셈이죠. 네이버도 쇼피파이처럼 누구나 손쉽게 온라인 스토어를 구축할 수 있게 도와주기 위해 스마트스토어를 운영 중입니다. 하지만 네이버는 쇼피파이와 다르게 이미 많은 강점을 갖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국내 대표 포털 사이트답게 검색 엔진을 강점으로 커머스 영역에 쇼피파이의 전략을 더 크게 차용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검색-쇼핑-결제’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 구조입니다. 네이버에서 상품을 검색하면 상품의 정보는 물론 최저가 상품을 추천해주고, 네이버 페이를 통해 결제까지 한 번에 연결해주는 완벽한 쇼핑 흐름을 만들었습니다. 더 나아가 쿠팡에게 밀리던 물류도 지난해부터 아주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국내 택배업계 1위 기업인 CJ대한통운과 지분 맞교환을 통해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각종 전문적인 물류를 집행하는 풀필먼트 스타트업 및 서비스에 통 큰 투자를 이어갔습니다.
연초에는 이마트-신세계와 2500억 원 규모의 지분 스와프를 단행하며, 부족했던 오프라인 유통의 역량도 채우게 됐습니다. 뉴욕 증시에 상장하며 현금을 넉넉히 확보한 쿠팡이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까지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네이버를 위협하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네이버의 강력한 백그라운드를 넘어서기엔, 적어도 내수 시장만큼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네이버와 쿠팡 모두 앞으로는 국내에서의 치열한 경쟁보다는 해외 시장으로 확대하는 데 공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카카오와 네이버는 자신만의 방식대로, 서로 다른 길에서 쇼핑 영역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수십 년간 국내 유통시장의 공룡이라 불리던 불멸의 대기업들이 IT기업들에게 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것이고, 유통시장에 새로운 변화가 불고 있다는 점입니다. 세계 최대 IT강국답게 최고의 기술력으로 국내를 넘어 전 세계 유통시장에 영향력을 끼치는 서비스가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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