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이터? 요즘 토스 심상치 않다!
요즘 토스의 행보가 심상치 않습니다. 한때 뜨거운 감자였던 ‘타다’를 인수하지 않나, 자체 메시지 서비스를 출시하지 않나. 핀테크를 넘어 전방위적으로 일상에 영향을 주는 그런 기업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핵심에는 분명 핀테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마이데이터’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마이데이터- 뉴스를 통해 많이 접해보셨을 겁니다. 누구는 인허가를 받았고, 누구는 인허가를 받지 못했고, 어떤 이는 사업에 타격을 입는 반면, 어떤 이는 전화위복의 기회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이 마이데이터가 대체 뭐길래 핀테크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그렇게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걸까요? 이를 통해 토스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 걸까요?
나의 데이터에 더 쉽게 접근
이전 금융 시스템은 복잡한 것들이 참 많았죠. 은행 간 거래도 수월하지 못했던 때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지금 토스가 서비스 중인 간편송금 솔루션은 물론, 인터넷 은행들까지 생겼으니 세상 참 많이 변했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인 변화일 뿐, 근본적인 시스템에는 크게 변화가 없었습니다.
쉽게 예시로 말씀을 드리자면, 국민은행을 비롯한 시중 은행, 카드사 등 금융기관에서 내 정보를 토스로 보내기 위해서는 토스에서 직접 금융기관 시스템과 호환이 가능한 로직을 만들거나, 이를 기관별로 계약을 체결하여 받을 수 있는 API를 받아냈어야 했죠. 따라서, 토스를 통해 내 금융 현황에 대해 더 알고 싶어도, 100% 정확하다고 말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이로 인해 나와 맞는 상품으로 소개를 받았어도, 자료를 다시금 제출을 하는 번거로움이 생기곤 했던 것이죠.
마이데이터 제도는 데이터 접근을 요청하는 사람이 노력하도록 했던 구도를, 반대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에게 제공을 하게끔 강요하는 그런 효과가 있다 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쉽게 말해, 소비자가 카드사에게 데이터를 토스에게 공유해달라고 하면, 이를 응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것이죠.
물론, 여기서 제약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데이터를 받는 기관은 마이데이터 인가를 받아야만 데이터 취합이 가능하며, 소비자의 요청이 있어야만 해당 정보 취합이 가능하게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기관별로 요청하고, 이에 맞게 준비를 해야 했다면, 이제는 한꺼번에 모든 정보에 대해 접근권을 요청하고 받을 수 있게 변화한 것이죠. 내 정보가 비즈니스 환경과 무관하게, 내가 원하는 대로 제어가 가능하게 된 셈입니다.
토스에서 이미 다 가능한 거 아니었나?
토스를 자주 활용하시는 분들은 윗부분을 읽으시면서, 헷갈리지 않았을까 싶은데요. “이미 토스에서 다 가능했던 이야기 아니야?” 네, 맞습니다. 웬만해서는 토스에 요청을 하면 이미 기관들로부터 데이터를 받아 토스에서 볼 수 있죠. 그래서인지, 토스 블로그에서는 마이데이터 제도에 대해 이렇게 표현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당장은 소비자가 느끼는 변화가 크지 않을 수도 있어요(1)”.
하지만 매우 흥미로운 내용이 한 줄 포함되어 있습니다. 공인인증서 등록이 아닌, API를 통해 데이터를 받는 시대가 될 것이라는 내용인데요. 이는 쉽게 말해 공인인증서 없는 금융제도를 새롭게 만들 수도 있다는 내용으로 해석이 가능합니다. 기존 공인인증서 발행기관들로서 누리던 혜택들을 다른 기관들이 누릴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토스는 이미 다양한 금융 계열사를 설립하고 출범했죠. 보험, 은행, PG사는 물론, 근래 카드사까지 선보일 것이라는 소식이 있어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공인인증서가 이미 공용인증서(클라우드 인증서)로 변경이 되고 있는 시점에서, 토스가 이런 서비스들을 지렛대로 삼아 자체 인증서 사업으로도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스타트업들에게는 뭐가 좋은가?
대부분의 스타트업들이 데이터 접근권에 대해 금융권과 협상을 진행할 때 여러 가지 이유로 거절을 당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공인인증서 등록을 통해 대리 접속 방식 등 다양한 편법을 활용해 해결하곤 했죠. 이제 그러지 않아도 인가만 받는다면 바로 모든 데이터에 대한 접근권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90년대 인터넷 사업을 하고자 서버를 구축해야 했다면, 2000년대 후반부터는 AWS 등 클라우드 기술을 통해서 서버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낮춰졌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터넷 사업이 황금기에 도달했다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마이데이터가 핀테크 업체들에게 비슷한 효과가 있을 것이라 예상하는 이유입니다.
이전에 금융권 데이터 수집하는 (일명) 스크립트를 짜고, 보안 구축하는 데 큰 비용이 들었다면, 이 중 한 가지 비용이 사실상 없어진 셈이죠. 이를 통해 핀테크 진입장벽이 대거 낮춰질 것이라 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기존 금융권을 위협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대거 출시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해를 위해 몇 가지 예를 들자면,
-보맵은 어렵고 복잡한 보험체계를 쉽게 정리한 서비스죠. 마이데이터를 통해 누락된 나의 보험 상황을 분석해, 부족한 보험 추천하는 등 서비스를 진화해나가고 있습니다.
-수에즈코리아는 마이데이터 중 나의 의류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패턴을 분석하고 나의 취향을 파악해, 이에 맞는 제품들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서울의료정보연구소는 의료 마이데이터를 기반으로 내 의료데이터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하는 중입니다.
물론, 이제 시작인 마이데이터 제도에 해결해야 하는 부분이 아직 많은 것이 사실입니다. 보안에 대한 요구사항이 높은 상황에서 초기 기업들에게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 역시 사실이죠. 하지만 제도를 통해 기초가 다져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 어떻게 산업을 바꿀지 기대되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마이데이터 관련 스타트업들의 행보를 더욱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이데이터 스타트업과 관련된 더 많은 정보는 테마별 스타트업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