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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의 메타버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세상'

<사진제공 : (주)하프스>

올해 가장 화두가 되는 이야기는 ‘메타버스’인 것 같습니다. KB가 제페토가 아닌 개더타운을 활용했다는 것이 기사가 되는가 하면 (1), 최근 메타버스에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합법적인지에 대해 다룬 콘텐츠도 올라오는 중입니다(2).대한민국에서만 이러는 게 아니죠. 실리콘밸리 역시 이 메타버스를 실현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많은 기업이 이를 비전으로 선포한 상황이죠.

이 중 가장 큰 기업이 아마 페이스북이 아닐까 싶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 필자가 페이스북의 소액주주임을 밝힙니다)

페이스북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인 마크 저커버그는 상반기 결산회의 중 전 사원에게 메타버스라는 목표를 제시했습니다(3). 이후 진행한 한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메타버스에 대해 “단순히 모바일 인터넷의 진화로 생각하면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더불어 “단순히 콘텐츠를 보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 안에 들어가는 것이다”라며 메타버스에 대한 미래를 그렸습니다.

이와 같은 페이스북을 보는 시선이 그리 달갑지는 않죠. 페이스북이라는 플랫폼에 문제가 많은 만큼, 페이스북이 만드는 메타버스에도 문제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정부에서도 페이스북의 과도한 영향력에 대해 견제를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와 더불어 로블록스, 포트나이트 등 보다 ‘젊은’ 플랫폼들이 메타버스에 대한 야망을 보이면서 페이스북의 미래가 다소 불투명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플랫폼들보다 페이스북이 메타버스에 대해 준비가 더 되어 있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분명 있죠. VR에 대한 노하우, 블록체인에 대한 노하우, 그리고 메타버스에 대한 의지가 그 어느 회사보다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고려해볼 때 페이스북의 메타버스 비전은 성공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메타버스란?

미국의 유명한 VC인 매튜 볼(Matthew Ball)은 메타버스의 핵심요소를 아래 7가지로 정리했습니다(4).

  1. 24시간 끊이지 않는 시스템일 것
  2. 즉각적이고 라이브한 소통일 것
  3. 동시접속자에 대한 제한이 없을 것
  4. 독자적인 경제체제를 보유할 것
  5. 디지털과 현실세상을 모두 포괄할 것
  6. 서비스 운영사간 호환적용이 가능할 것
  7. 아무나 콘텐츠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

이 중 4번, 5번, 6번에 대해 집중해서 분석할 예정입니다. 실제 로블록스와 포트나이트를 기준으로 봤을 때, 나머지 기준들은 충족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아직 독자적인 경제체계가 아닌 미국 달러에 편승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디지털 세상에 국한된 경험이고, 타 서비스와 상호작용되는 영역이 사실상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4번, 5번, 6번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어야 진정 메타버스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그리고 이런 부분에서 페이스북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으리라 예측됩니다.

페이스북 생태계

페이스북의 가장 큰 강점은 생태계죠. 수많은 유저 간 발생되는 수없이 많은 콘텐츠. 하지만 이런 건 이미 뻔한 이야기죠. 그리고 경쟁사들도 이미 모방이 충분히 가능한 부분입니다. 페이스북 생태계의 가장 큰 장점은 외부 서비스와의 호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미 2010년부터 외부 서비스들과 데이터를 교환하는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었습니다. 이전의 페이스북 게임을 조금이라도 해보신 분이라면 이 생태계가 어떤 느낌인지 알고 계실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대학 시절 테트리스 등의 게임을 페이스북 계정과 연동하여 친구들과 대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페이스북이 만드는 메타버스는 이런 계정연동을 통해 호환을 가능하게 하지 않을까 기대가 되는 부분입니다.

이미 많은 서비스들이 페이스북 SSO를 활용하고 있고, 더 많은 서비스들이 페이스북 소셜 연동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와 더불어 페이스북이 데이터를 이미 많은 곳으로 제공하고, 또 많은 곳으로부터 수집을 하고 있는 상황이죠. 페이스북이 진작 이런 데이터 호환 플랫폼으로 활약을 하고 있는 만큼, 메타버스에서도 이런 역할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되는 상황입니다.

Diem(전 Libra)

2019년 페이스북을 필두로 한 리브라(Libra)는 비자(Visa)와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탈퇴와 함께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디엠(Diem)으로 리브랜딩을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아직도 연구와 개발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의 핵심이 페이스북만의 화폐를 만드는 것인 만큼, 이 역시 메타버스상에서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되는 부분입니다.

독자적인 경제 체제가 있다는 것은 플랫폼으로서 엄청난 이점입니다. 현금의 수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은 경제활동을 장려할 수 있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해당 플랫폼에서 경제활동이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순히 제품/서비스 판매를 통한 경제활동을 넘어 예적금 및 투자 등 금융 서비스까지도 가능하게 되는 것입니다.

금융서비스까지 가능하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마일스톤입니다. 돈을 빌려주고, 빌리고, 투자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곧 사람들의 월급 및 법인들의 지출과 연관이 있는 것들이죠. 쉽게 말해 경제체제 없이 사람들이 돈을 벌 수는 있지만, 재산을 축적하고 관리할 수는 없습니다.

디엠을 동반한 페이스북의 메타버스는 남녀노소, 지역과 무관하게 접속만 가능하다면 그 누구든 글로벌한 경제체제 속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그런 가상세계를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점들이 많은 이들을 끌어모을 것이라고 기대됩니다.

재택근무

하지만 페이스북 메타버스의 비전에 가장 신뢰가 느껴지는 덕목은 기술이 아니라 문화입니다. 올해 6월 저커버그는 재택으로 업무가 가능한 상황이라면 재택전환 신청을 제한 없이 받겠다고 발표했습니다(5). 이는 작년 5월, 임원급을 비롯한 경력 직군을 대상으로 제한적으로 진행하겠다고 한 것과는 달리 더 포괄적인 정책인 셈이죠.

이에 대해 저커버그는 “지난 1년간 성과를 어디서든 낼 수 있다는 것을 봤다”며 전사적 재택근무에 대한 자신감을 표하기도 했습니다. 메타버스를 목표로 하는 많은 회사들 중 이렇게 적극적으로 재택에 대한 뜻을 밝힌 것은 처음으로 보입니다.

표면적으로는 이 상황이 페이스북의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가 의미하는 것은 그보다 더 크다는 생각이 듭니다. 페이스북이 표방하는 메타버스란 페이스북이 재택하며 회사를 키울수 있을 정도의 가상공간이 아닌가 싶은 거죠.

앞서 언급된 언론 인터뷰에서 저커버그는 지난 1년간 “회의를 하면 누가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가 많다”며, 현존 솔루션들은 공간에 대한 감각을 지워버려서 참여자가 구분이 잘 안 가는 것 같다고 표현을 했는데요(3). 그는 메타버스를 통해 이런 온라인 솔루션들에 공간감을 더해주어 오프라인에서 이미 하고 있는 경험과 더 유사하게 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로블록스, 게더, 제페토 - 이 모든 서비스들을 보면, 실상 업무보다는 아직까지 B2C 시장에 집중이 되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플랫폼을 이끌어가는 이들이 실사용자가 아닐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인 거죠. 이에 반해 페이스북, 적어도 저커버그가 말하는 문제점과 해결책들은 본인 스스로 느끼고 경험한 것들을 바탕으로 설계된 만큼, 보다 지속성이 있으리라 판단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실험은 진행 중

페이스북은 이미 메타버스 실험을 진행 중입니다. Invite-Only로 Horizon이라는 플랫폼을 운영중이며(6),이를 오큘러스 하드웨어에 최적화를 하는 중이죠. 최근에는 앞서 말씀드린 공간감을 더한 가상회의 기능도 구현했다고 발표도 했습니다(7).

페이스북의 메타버스는 이미 서서히 구축되는 중입니다. 본인들의 업무를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는 메타버스를 선행하여 구축하는 중이며, 점차 다른 플레이어들이 연동할 수 있는 생태계로 확장해나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페이스북에는 이미 플랫폼을 통해 숙련된 생태계 조성하는 방법, 그리고 이를 통해 유저들이 한 계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접속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죠. 이와 더불어 디엠을 통한 경제체제, 그리고 재택근무 도입 및 이로 인해 발생하는 이슈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 만큼 페이스북의 메타버스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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